Minjung Theatre Company

 게사니
극단 민중극장
창단 20주년(1963 ~ 1983)

 제 7 회 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작품
○ 이근삼 작 / 정진수 연출

 1983. 8. 26 ~ 31.  4 : 30 / 7 : 30
문예회관 대극장

 

 이근삼 / 작가, 극단 대표
 
20 년 교훈

 
금년이 민중극장의 스무돐이라고 한다.
금년 말경 20주년 기념행사도 있고 짧으나마 그 역사를 정리하는 책자도 낸다는 계획인 모양이다.
고질적이며 독선적이요, 때로는 족벌중심의 극단운영에 급급한 기성 연극인들에 반기를 들어 출발한 것이 민중극장이었다.
초창기에는 고생도 많이 했고 미움도 많이 받았다. 일이 여의치 않고 시행착오가 공연 때마다 터지면 당장 해체하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들었다. 그러나 이럭저럭 20년을 끌어 오늘에 이르렀다.
초창기에 수고했던 분들께, 그리고 대를 이어 여태껏 끌고 온 후배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 수 많은 분들이 민중극장을 거쳐나갔다.
지금은 어떤 극단의 대표로 있는 분들, 대학에서 후진을 교육하고 있는 몇 분들, TV나 영화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분들...

모두 한 때는 민중극장의 알뜰한 식구들이었다.
연극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옛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초창기에는 거의 황무지와도 같았다. 밥은 굶고 호주머니를 털다 못해 사채를 가동하면서도 오직 연극이 좋고 친구가 좋아 참아왔던 옛 단원들...

그러나 이 참는 일에도 한계가 있는 듯, 각기 갈 길을 찾아 흩어진 민중극장 단원들의 과거는 곧 우리 연극인들의 뼈 아픈 역사인 지도 모른다.
오늘날 서울시에만도 극단이 50여 개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극단수가 엄청나게 많은 데도 연극계는 더욱 허덕이고 있다. 뜻있는 연극인들이 가끔 한 자리에 모여 이 심각한 불황을 태개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렇다 할 묘책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옛날에는 연극에 대한 사랑과 성의가 있었고, 동지애로 뭉쳤지만 요즘 극계에는 이런 것이 없다. 공연의 질적 향상이란 기술의 향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잃어 버린 연극에 대한 지독한 사랑과 동지애의 회복이 앞서야 한다는 평범한 상식이 요즘처럼 뼈 아프게 느껴진 적은 없다. 이러한 평범한 상식을 20년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서 알 게 되었으니 연극은 과연 힘이 드는 예술이다.

  민중극장 단원 명단

 이근삼       전예출     이효영     정진수     구자흥       박봉서

 이 경우      우상전     전인택     이희도     권혁풍       심길중

 이규화       홍철이     최상규     윤순홍     김주섭       주용만

 김형영       이경영     이덕근     강구한     박용균        이종일

 고은아       김애경     이윤미     이내성     남인기        엄무희

 윤석화       이경순     김지숙     강성숙     한성옥        우명순

 김선경       송희연     최광희     엄명숙     정소영        이규의
 

  박봉서 / 전 대표

 M 형에게


무덥고 지루하게만 생각되던 여름날이 어느덧 꼬리를 감추고 아침 저녁 제법 서늘한 소슬바람이 불어오고 있오.
더위가 한창 극성을 부리는 여름날 물구경 한 번 못하고 지낸 여름이요. 덕분에 없는 살림에 내 눈치만 살피던 식구들에겐 그런대로 핑계가 되었오. 모두 '게사니' 아즈마니 덕이었소이다. 며칠 있으면 '게사니' 아즈마니 전송하고 풍성한 들녘 구경 좀 떠나봐야겠오. 어드멘가 보기만 하여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나락가리 한옆에 한여름의 임무를 끝내고 고즈넉히 서있을 허수아비 아저씨를 만나 걸쭉한 탁배기 한 잔 쯤 할 곳이 있을 것 같소. 한여름 땡볕 아래 묵묵히 말 없이 누더기 옷 걸치고 뻣뻣한 다리근육에 경련을 일으킬만큼 충직하게 제자리를 지켜온 아저씨에게 큼직한 툭배기로 탁배기 한 잔 떠올리고 싶소. 허수아비 아저씨의 고초가 어디 더운 여름에만 있겠오? 무서리, 된서리, 삭풍한설 긴긴 겨울 내일 모레 닥치려니 그 아니 애처롭소? 내 아저씰 만나며는 검부락지라도 긁어모아 새끼줄 몇 마람 꼬아설랑 칭칭칭 동여매어 옷을 지어 입힐거요.
M형.
돌아오늘 길엔 잊지 않고 형을 찾아 뵐 것을 꼭 약속하리다. 지난 2년 여에 있었던 이 놈의 허물을 내일 모레면 10년이 될 형의 지극한 우정으로 감싸주리라 믿소.
그럼, 다음 소식때까지 편히 계시오.
아 참! 나 그동안 변변히 일도 못하던 대표직 물러 났소이다. 저, 언젠가 M형의 서신에 담겨 있던 걱정은 이젠 안하셔도 될 것 같소. 사실 그동안 태연한 척 했지만 M형 못지 않게 걱정이 됨은 물론이었오. 깐엔 힘 되는데 까진 해보았으나 그 결과가 좋지 않아 괴로웠던 것도 사실이었오만 기회가 있어 M형께서도 잘 아는 20년 전 극단 창단의 주역이셨으며 초대 대표이셨고 저의 은사님이기도 하신 이근삼 선생님께 간곡히 말씀 드렸더니 어렵게 대표직을 수락해 주셨오. 선생님께서 학교와 극단일을 하시려면 고생스러우실 것이라 죄송스러움을 모르는 바도 아니오나 극단이 제가 책임을 졌을 때 보다는 훨씬 더 활발하게 움직여 지고 있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제가 대표직을 맡아 있는 동안 여러 가지로 도와주신 선배님, 후배들께 깊이 감사하는 마음 잊지 않고 있오.
작별인사 뒷말이 너무 많으면 되겠오?
이만 줄이오.
 

  정진수 / 연출

 연출의 작업

 
일찍이 고든 크레이그는 연출가가 연극예술의 제왕이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었고 그 말은 현대연극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 역시 그의 <연극예술론>을 읽었을 때 마치 그 말속에 신천지가 열린 듯이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좀 들고 보니 그의 말을 어느만큼 바로 새겨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출가가 연극예술의 제왕이라는 말은 실상 연출가는 연극예술의 다른 부면의 예술가들(극작가, 디자이너, 배우 등)의 시녀라는 뜻을 크레이그 풍으로 미화하고 과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임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흔히 연극을 종합예술이라고 할 때 한 편의 연극은 '한 편의' 작품임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에 관련되어 있는 여러 예술가들은 그들 마음속에 각기 다른 '한 편씩의'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이 여러 개의 작품들을 한 편의 작품으로 종합하는 심부름꾼이 곧 연출가인 셈이다.

금년의 혹서 속에서 나는 이 어려운 심부름의 작업을 해내기 위해 남 보다 갑절 더웠다. <게사니> 라는 한 편의 연극을 만드는 데 참여한 여러 예술가들, 극작가, 배우, 디자이너, 기타의 스탭들의 무성한 자기주장과 해석과 각자의 다른 동기들과 습관들과 스케쥴과 감정세계와 심지어 식성에 이르기까지 -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한 편의 작품을 만드는 일은 올 여름의 더위가 아니라도 간단치는 않은 일이었다.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려진 최종적인 형태를 놓고 과연 이 것이 나의 작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개인은 누구일까? 한 편의 연극속에서 각자의 모습만을 찾으려 들 때 연극의 비판론은 싹튼다.

그러나 한 편의 연극은 궁극적으로 관객의 것이다. 물론 관객의 존재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으나 그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이 안에 연극의 절망과 희망이 공존한다.
서사적 민중사극(이런 말이 있던가.)으로 꾸며본 <게사니>는 2회 연극제에 참가했던 <카덴자>를 연상시키면서도 형식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다. 그 재미가 힘든 심부름의 과정속에서 연출자로서 내가 차지했던 몫이었다. 이제 막이 오르면서 그 것이 단지 작업의 재미를 떠나 관객의 공감의 영역 속에 파고들 수 있기를 바란다.
 

 임진왜란 주요 일지

1592년 임진왜란

 배우들

이윤미 / 게사니
박봉서 / 선조
최종원 / 유성룡
주호성 / 나그네
주용만 / 장대
김용수 / 상인
우상전 / 이헌국
정재진 / 윤두수
우명순 / 보름
윤여성 / 정철
최효상 / 이유증
정소영 / 탄실
차재성 / 병사
이덕근 / 병사
이규의 / 병사
박용균 / 유홍

 스탭

장치 / 최연호
조명 / 정수환
분장 / 전예출
의상 / 최부경
안무 / 김명수
음향 / 이경우,           한 철
무감 / 이종일
소품 / 이귀영
 

4. 13.  왜군 부산 상륙

4. 17.  왜군 침략사실 조정에 첫 보고

4. 24.  상주 패전

4. 26.  충주패전(신입 전사)

4. 30.  왕, 서울 출발

5. 2.    왕, 개성 도착

5. 3.   왜군 서울 입성

5. 7.   왕, 평양 도착, 옥포해전

5. 18.  임진강 패전

6. 1.   왜군 개성 출발, 북상

6. 4.   왜군 대동강변 집결

6. 11.  왕, 평양 출발

6. 13.  왜군, 평양 입성

6. 15.  왕, 박천 도착, 분조

6. 22.  왕 의주 도착

6. 23.  왕, 요동으로 칠명 준비

6. 25.  왕, 의주 구류지계 정함

7. 8.    한산대첩

7. 15.   명 1차 원군 평양 공략 실패

7. 22.  두 왕자 함경도에서 왜군에게 피체

8. 29.  명의 심유경 왜와 담판. 50일간 휴전성립

11. 14. 심유경, 왜에 거짓 강화전달

12. 25. 명, 2차 원군. 이여송 지휘하에 의주 도착

 1953년(계사년)

 1. 6.  평양수복

 1. 20. 개성수복

 2. 12.  행주대첩

 4. 18. 왜군, 서울철수

 10. 1. 왕, 서울환궁

  * 공연시간은 1시간 40분이며 휴식시간은 없습니다.

 ■ 게사니 공연 낙수 ■

 ● 20년만에 다시 대표 맡은 이근삼씨.


1963년 김정옥, 양광남씨 등과 함께 소위 해외파로 민중극단의 창단동인이자 초대 대표직을 맡았던 이근삼씨가 20주년을 맞아 다시 대표직을 맡아 이채를 띄우고 있다.
대학의 교직을 맡고 있는 외에 평소 공직을 싫어하여 ITI에 조차 가입하지 않은 이근삼씨는 금년에 들어 펜클럽 부회장에 본의 아니게(?) 선출되는 데 이어 극단 대표까지 맡아 갑자기 감투세례를 받은 느낌. 대표는 맡았으나 실제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극계 주변의 상투적인 추측과는 달리 지난 8일 서울근교 문수암 계곡에서 가졌던 신 구 민중단원 총회 겸 단합대회에서 30여 단원들에게 실질적인 대표역할을 수행할 결의를 밝힌 바 있는데 민중과의 인연은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언했다. 이 자리에서 전임 대표 정진수, 박봉서 등 까지 현역 단원으로 참석하여 한 극단에 대표경력을 가진 사람이 셋이나 되는 유일한 극단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었는데 대표를 그만 두면 극단 일선에서 후퇴하는 극계 풍토를 돌아볼 때 음미할 가치가 있다는 것. 민중은 대표자리가 빈번히 바뀌는 극단이기도 한데 내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효영씨가 귀국할 예정으로 있어 이렇게 되면 한 극단에 대표 경력자가 넷으로 불어나서 더욱 이채를 띌 것 같다.

 ● 평안도민 단합대회 같은 "게사니" 공연


"게사니" 라는 제목의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수 없이 받았는데 "거위" 의 평안도 방언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우연치 않게 "게사니" 공연의 스탭들 가운데는 용케 평양출신이 한자리에 모인 꼴이 되어 단내에 화제가 되었다. 작가인 이근삼씨를 비롯하여 분장을 맡은 전예출씨, 무대장치를 맡은 최연호씨, 의상을 맡은 최보경씨가 모두 평양출신. 이러고 보니 연기자들이 오히려 전전긍긍할 판. 스탭들 보다 대사 감각이 뒤질 것은 당연한 노릇이라 지지 않으려고 온갖 인척관계를 수소문하고 평안도민회를 찾아다니며, 연습 초반은 마치 외국어 강습 받듯이 사투리 학습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평양부인회에서 만난 한 부인이 우연히도 이근삼씨의 국민학교 동창으로 밝혀져 공연 때에는 이산동창 재회장면이 연출될 예정으로 있다. 아무리 고향말이라도 주로 현대어로 풍자희극을 써온 이근삼씨의 사실적인 방언구사가 매우 정교한 것으로 판명되어 역시 극작가의 감각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고 이구동성.

 ● 국어사전 들고 와야 볼 수 있는 연극

 
"게사니" 공연을 충실하게 감상하려면 필히 국어대사전을 지참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북 사람마저 간간히 모르는 평안도 방언이 쏟아져 나오는 데다가 궁중의 왕과 대신들의 말은 어려운 한자어로 점철되어 있어 배우들은 과연 대사의 몇 프로가 전달 될 수 있을 것인지 걱정들이 태산 같다. 프로그램에 낱말풀이를 실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정도인데 왕과 대신들의 말은 거의 사서에 번역되어 있는 말들을 인용한 것이나 다름 없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전달에 문제가 있을 법하다. 거친  평안도 사투리와 유식한 궁중언어가 교차하는 이 연극을 보는 동안 관객들은 약간은 한국어 실력에 대한 비관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동시통역을 사용하자는 강경론도 대두할 법하다.

 ● 1인 3역의 주호성


이 연극에서 비록 타이틀 롤은 아니나 가장 활약이 대채로운 연기자가 주호성이다. 그가 맡은 공식적인 역할은 그저 나그네로 되어 있지만 이 연극에서 그는 적어도 세 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게사니"의 주점에 나그네로 등장할 때는 푸짐한 사투리를 구사해야 하지만 대신의 무리 가운데 끼어 들 때는 때로 유식한 궁중언어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에는 또 매끔한 현대어를 구사해야 한다. 연령층도 젊은이에서 늙은이까지 두루 섞여 있어서 아무리 현역 성우라고는 하나 만능배우 역할을 과연 제대로 다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서 밤잠까지 설치기 일쑤라는 것.

 ● 10년만의 첫 주역


"게사니"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이윤미는 73년 성심여대를 졸업하고 곧장 연기생활을 시작하여 극단 '맥토'를 위시한 소극장 단체에 발을 들여놓았고 76년에 '민중'에 입단한 이래 처음 주역을 맡았다. 소극장 단체에서 활약할 때부터 연기력을 인정 받아 신인이 해내기 힘든 중년역과 노역에 치중하다 보니 자기 나이와 같은 역은 거의 해보지 못했고 항상 주인공을 바쳐주는 '믿음직한' 조역으로 일관했었다. 항상 조역만 하다보니 한번쯤 언젠가 주역을 맡기를 바랬는데 이번 연극제 작품에서 타이틀 롤을 맡고 보니 마치 새롭게 데뷔하는 듯한 흥분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마로윗츠 햄릿", "나비처럼 자유롭게", "귀족수업", "연인과 타인", "맨발로 공원을", "선인장 꽃" 등, 민중의 주요무대를 누빈 이윤미의 주역발탁에 주위에서는 부러움과 안도가 교차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공연에 참가하는 다른 연기자들 가운데에도 연기경력 10년이 훨씬 넘는 최종원, 주호성 등도 이렇다할 주역을 맡아본 적이 없는 조역의 백전노장들이기 때문. 이윤미의 경우처럼 늦게나마 주역의 행운을 잡을 기회가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 극단에서 꾸준히 활약해 오다가 적역을 맡아 주역을 따냈기 때문에 이윤미의 경우는 더욱 값지고 보람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동료 단원들은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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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극제.]1977년 제 1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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