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ung Theatre Company

    

 
 민중극단
이혼의 조건
윤대성 작 / 정진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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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극제.]1977년 제 1회부터
   
 
정진수 작, 역, 연출작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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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8 회 서울 연극제(종합 프로그램)
 일시 : 9. 30 ~ 10. 5
 장소 : 문예회관 대극장

  작가의 말
작가 : 윤대성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후 1~4년 사이의 신혼부부 7쌍 중 1명이 이혼을 한다. 그 뿐이 아니라 60 노년의 부부 이혼이 늘고 있다. 아버지를 살해하는 아들이 작년 1년 동안 30여 명에 이른다. 독신자들을 위한 원룸 형식의 아파트, 오피스텔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전문직종의 여성들이 결혼의 굴레를 쓰기 보다 혼자 독립된 생활을 하겠다는 열망(?)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 이야기다. 미국 쯤 가면 혼자 사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만을 낳아 기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아이는 머리가 우수한 남자의 정자를 사서 병원에서 인공수태를 시켜낳는 방법을 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것 없고 이혼, 별거 등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다. 이런 현상들은 가족제도가 붕괴되는 징조일까? 아니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변화의 한 현상으로 보아야 하는가? 결혼에는 sex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결혼은 생활의 종합체이다. 그 안에는 함께 아이를 기르는 일이 있고 삶의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다. 그런데 왜 가족제도가 붕괴되고 있는가? 우리 주변엔 이혼을 생각하는 중년부부가 많다. 한결같이 그들은 가정내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들 때문에 이혼을 실행에 옮기는 부부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농담처럼 "이혼에 실패"한 부부라고 자조의 말을 한다. 결혼에 성공한 부부보다 이혼에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부부가 더 많을지 모른다.
나는 이번 작품에서 이혼을 결심해서 실행에 옮기는 부부를 그려보려고 했다. 그 비슷한 사례를 조사하고 또 내 친구들의 가정을 훔쳐보고 나 자신의 부부생활도 모델로 했다. 여기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내 친구들을 종합한 인물이라고 해도 좋다. 일단 인물이 탄생하고 써내려 가면서 나는 내가 창조한 인물에 끌려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결혼, 이혼, 사랑의 의미를 캐다보니 도대체 산다는 게 무엇인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는 주인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알 게 된 것은 남자는 여자없이는 영원히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어느 정도의 자유는 얻을 수 있지만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아마 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간 가족에는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 강한 자와 약한 자. 영리한 자와 우둔한 자. 키 큰 자와 키 작은 자. 잘 생긴 자와 못 생긴 자들이 모두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을 이겨내는 곳에 성장이 있다는 사실...
이 것이 가족관계의 기본지침이라는 것. 참여하고 함께 나누고 협조하는 곳에 변화와 성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원칙을 알면서도 실제 생활에 들어가면 왜 우리는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 이혼을 생각하고 독립을 갈구하는가? 그 이유는 인간의 자유희구 때문이 아닌가? 어딘가에 소속해서 안정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성의 모순 때문에 우리는 갈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다시 나는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 도대체 산다는 게 무엇인가, 라는...
 

  연출의 말
    연출 : 정진수

 
윤대성씨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은 내게는 처음 일이다. 윤대성씨의 희곡 <이혼의 조건>을 읽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이었다. 한 후배가 재미있다며 볼 테면 보라고 건네준 원고를 받아들고 내심으로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 것은 윤대성씨의 작품들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작용했다기 보다 도대체 지금까지 "재미있는 창작극"이라는 것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작가에 의해서 쓰여진 우리나라 작품을 공연한다는 일은 자발성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것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에 의해서 주로 저질러져 왔다. 따라서 재미란 애당초 기대밖이었다.
그런데 원고를 읽다보니 슬금슬금 재미가 들기 시작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찬탄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버럭 의심이 들었다. 번역극 대본의 표지가 되바뀐 것이나 아닌지. 아니면 설마 작가가 외국작품을 표절한 것이나 아닐까. 그러나 좀 더 읽다보면 마각이 드러날 테지 생각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한편으론 남은 페이지들이 얇아지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을 느꼈다.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제발 삼천포로 빠지지만 말아다오.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오랜만에 한 편의 건질 만한 우리 희곡을 만났다는 반가움과 함께.
그리고는 마음이 다급해졌다.속히 작가의 승낙을 얻어 공연을 서둘러야겠다는 데 이르른 것이다. 내가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었다는 데는 내용 못지 않게 형식에 대한 매력이 작용했다. 얼핏 TV 안방 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짤막한 장면들의 배열은 약간의 연극적 상상력을 가미하면 연극무대위에서 더 효과적으로 극적인 묘미를 살려낼 수 있다고 느꼈다. 작가의 지문을 무시하고 무대를 상상하면 세련된 프랑스풍의 극장주의적 수법의 연극이 쉽게 떠오른다. 곧 연출의 재미를 만끽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점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작가 윤대성씨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는 일이 염려스러웠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협량하리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내가 만난 작가들 중에서 가장 넓은 도량을 발견했다.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중적인 면이 있다. 이번 작품 <이혼의 조건>에서도 그와 같은 면이 잘 드러나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근본적으로 윤대성씨는 보수주의자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담겨진 그의 사상은 매우 진보적으로 보인다. 실상 이 작품 속에서 작가의 양면, 곧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로서의 두 모습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 싸움에서 작가는 끝내 어느 쪽 편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 점을 작가는 "도대체 산다는 게 무엇인지.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지..."라는 말로 자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심오한 철학적 깊이에 도달하고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으나 매우 드물 게 보는 우리 '모던'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치 않는다.
 

 캐 스 트

스 탭

남편 / 정현
부인 / 성병숙
유미 / 정지숙
최박사 / 박봉서
미스터 한 / 조재현
애라 / 안은경


무대미술 / 이학순
무대제작 / 윤동하
조명 / 정수환
음향 / 한동근
음향제작 / 이창근
의상협력 / 이유숙

 


분장 / 안은경
무대감독 / 이종일
기획 / 홍성수, 조현건
홍보 / 조은아
진행 / 김정아


※ 음향제작에 도움을 주신 <아람 녹음실>, 장치제작을 맡아주신 <중앙무대> 및 도움을 주신 <뱅커스     트로스트 은행>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작품 줄거리
 

  
요즘 우리나라에도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사실은 4, 50대 중년부부들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 <이혼의 조건>은 중진 극작가 윤대성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풍기는 작품으로 그 자신을 모델로 하여 중년부부의 결혼생활의 위기와 그 내면적 파장을 심도 있게 그려주고 있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살아가는 남편은 그의 직업에서 알 수 있듯이 21세기 정보사회를 이끌어가는 첨단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란 생산이 아닌 소비와 관련된 직종이며 진실이 아닌 거짓과 타협하며 살아가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쉴 새 없이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다. 한 번의 성공이 아닌 매번의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 그의 삶 자체가 소모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그의 직업은 남편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의 가정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는 아내와 자녀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 본능적인 거리를 둔다. 그 것은 타인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거리감의 외면적 표출이다.
그는 어느 날 CF촬영 현장에서 재일교포출신의 모델을 만난다. 이제 30대 초반의 유미. 그녀는 그가 소속해 왔으나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일본사회와 그녀의 곁을 스쳐간 많은 남자들. 그리고 이제 고국에 돌아와 있으나 여전히 소속감을 느낄 수 없는 한국사회와 남자들 틈에서 근원상실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이렇게 뿌리 뽑힌 두 남녀는 쉽게 사랑의 유희와 환영에 빠져든다.
한편 아들을 미국에 보내고 장성한 딸마저 출가를 시킨 아내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삶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지난 25년간의 결혼생활이 무의미했음을 이미 결혼초에 깨달았던 그녀는 기나긴 세월동안 착실히 이혼을 준비해 왔다. 이제 딸마저 떠나보내고 홀가분해져 있을 때 남편의 어깨에서 발견한 여인의 이빨자국은 그 자체로서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있을 수 없으나 현재의 삶에 대한 구토를 느끼게 했으며 이혼의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적당한 시점을 제공해 준다.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현실에 대한 가득한 불만이며 삶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회의감이다. 이들은 현실의 삶속에 그들의 고뇌를 치유해줄 대안이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로 갇혀있을 수는 없다. 작가는 이들의 딜레마를 조용히 응시하며 연민을 보낼 따름이다. 결국 작가의 시선은 내면적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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