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ung Theatre Company

 BROADWAY MUSICAL
브로드웨이 뮤지컬 4 편
정진수 /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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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논문 - 뮤지컬의 이해

 [1] 뮤지컬의 역사.

 
뮤지컬이 연극의 주요 형식으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20세기 미국에서였다. 그러나 그 원류는 연극의 발생초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연극은 장르의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원시제의의 형태를 취했으며, 그 안에는 음악, 무용 등의 요소가 당연히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연극예술이 처음 본격적으로 제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인데 그리스의 연극은 비록 오늘날 당시의 공연을 재현할 수 없어도 그 안에 음악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스의 연극을 이어받은 로마는 장중한 비극 보다는 경박한 희극을 선호했지만 로마의 희극에서도 음악은 배경음악으로서 중요하게 활용되었었다. 그리고 중세에 들어와서 생겨난 종교극 또한 음악적 요소를 십분 활용했다. 중세 이후 연극은 종교로부터 분리되어 세속화의 길을 걸으면서 점차 직업화, 전문화되어 갔는데 이 과정에서 음악의 사용은 연주음악 보다 성악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고 비극 보다는 희극 쪽에 더 밀착되어 갔다.
그러다가 16세기 이태리 르네상스기에 음악극인 오페라가 생겨나게 된다. 처음에는 5막의 비극 공연의 막간극(intermezzo)으로 출발하여 점차 독립된 장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으며 마침내는 연극적 요소보다는 음악의 비중이 월등히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오페라는 처음부터 지배계층인 귀족계급의 전유물로 고원한 형식으로 자리잡아 서민대중으로 부터는 유리될 수밖에 없었다. 18,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이의 여파로 정치적 민주화가 달성되면서 도시가 발달하고 시민계급이 형성되어 가면서 이들 서민대중들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극형식이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는데 여기서 뮤지컬의 선구적인 극형태들이 태동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오페라에서 파생된 오페레타(Operetta)이다. 'little opera'라는 뜻의 오페레타는 영국의 경우 1728년에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John Gay의 The Beggar`s Opera에서부터 시작되어 ballad opera, comic opera 등의 명칭을 얻어가면서 Handel풍의 장중한 바로크음악에 식상한 대중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에서 이 형식을 완성한 것은 Gilbert와 Sullivan으로서 이들은 극본(libretto)과 작곡을 나누어 맡아 The Gondoliere(1899)를 비롯하여 20여 년간 공동작업을 해오면서 대중들의 인기를 크게 누렸다. 한편 이탤리에서는 Giovanni Buffa라는 이름으로 정착하여 당대의 생활상과 인물을 소재로 하면서 대중음악을 차용했다. 비슷한 무렵 프랑스에서는 Opera Comique라는 이름으로 이 형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음악과 레시타티브(recitative)외에 대사(spoken dialogue)까지 삽입했고 이 보다 더 희극성이 강조된 Opera Buffe가 발생했는데 1848년에 작곡사 Herve가 Operette로 명칭을 바꾸었다.
오페레타는 개연성이 희박한 줄거리에 감상적이고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미했는데 작곡가로는 프랑스의 Jacques Offenbach가 오페레타 형식의 확립에 기여했으나 이 형식이 인기절정에 달한 것은 비엔나에서였다. 흔히 월츠의 황제로 불리는 Johan Strauss 2는 1844년에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굳힌 뒤 오페레타에 손 대기 시작하여 낭만적이고 귀족적인 분위기에 화려한 무도회 장면을 반드시 삽입하였다. 이 비엔나 풍의 오페레타는 미국 뮤지컬 연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페레타 외에도 음악적 요소가 풍부하게 가미된 대중적 연희 형태들이 19세기에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그 중 몇 가지만 꼽자면 보드빌, 벌레스크, 엑스트라배간자, 팬토마임, 레뷰 등이 있다. 보드빌(Vaudevile)은 버라이티쇼 또는 뮤직홀(music hall)로도 불리는데 영국에서 주로 성행했다. 노래와 춤과 곡예와 미술 등의 잡다한 여흥을 차례로 펼쳐 보이는데 익살스런 사회자가 쇼를 진행하며 시사적 풍자와 해학을 곁들인다. 이 형식은 TV가 등장하면서 TV쇼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렸다.
벌레스크(Burlesque)는 보드빌의 일종인데 한층 저속하고 따라서 한층 대중 특히 남성관객들의 흥미를 돋구었는데 섹스가 금기시 되던 시대분위기 속에서 외설과 스트립쇼를 즐길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 벌레스크 공연장이었다. 그러나 John Poole의 Hamlet(1828)이후 패로디(parody)의 성격이 강해져서 극형식 뿐만 아니라 희곡, 소설, 시 작품과 실존인물들까지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단지 웃음을 유발하는데 그칠 뿐 도덕성이나 교훈성은 담겨있지 않다. 이 벌레스크는 1869년 이후 미국으로 유입되어 뮤지컬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엑스트라배간자(Extravaganza)는 점잖은 벌레스크라고 할 수 있는데 호화로운 무대장치와 의상을 갖추고 늘씬한 미녀들이 등장하여 춤과 노래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극장 여흥으로 Florenz Ziegfeld의 Follies가 고전적인 예로 알려지고 있다. 1907년부터 31년까지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공연된 이 쇼는 뮤지컬에서 코러스의 매력을 차츰 예견케 해 주었다.
팬토마임(Pantomime)은 주로 영국에서 성행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린이들을 상대로 동화나 전설을 소재로 희극적 장면들을 화려한 무대장치로 꾸며낸다. 이태리의 민속극 형태인 코메디아 델라르떼(Commedia dell' Arte)에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어릿광대들이 등장하여 익살을 떨며 때로 관객을 극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특히 여자역을 남자배우가 연기해서 관객을 즐겁게 한다.
끝으로 레뷰(Revue)는 불어단어에서 유래했는데 1960년대까지도 성행하다가 TV쪽에 옮겨 갔지만 요즘에도 간혹 시도된다. 보드빌과 엑스트라 배간자와 벌레스크를 결합한 듯한 형식으로 그 중에서 가장 품격이 높아서 지식층 관객들이 즐겼다. 내용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춤과 노래와 희극적 스케치로 엮어지는데 시사풍자가 핵심을 이룬다. 여러모로 뮤지컬의 형식과 가장 가까운데 뮤지컬이 장편소설이라면 레뷰는 옴니버스 단편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여러 음악극 형식들의 영향을 받아 뮤지컬 연극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중에도 벌레스크의 형식을 가장 많이 흡수하였으며 미국에서 최초의 예는 The Black Crook(1866)으로 꼽는다. 그런데 초기 뮤지컬 연극의 명칭은 뮤지컬 코메디(Musical Comedy)라고 불리웠다. 뮤지컬 코메디는 음악과 노랫말과 춤이 연극적 줄거리(story)와 결합한 형식으로 이해되는데 음악이 많이 사용되지만 이 경우 음악은 극적 분위기의 조성이나 긴장의 이완을 위해서 결들인 것일 뿐 음악을 모두 제거해도 작품이 치명적으로 손상 받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최초로 뮤지컬 코메디라는 명칭이 붙여진 작품은 Nate Salsbury의 The Brook(1879)였다. 작품의 내용은 여전히 오페레타처럼 도피적이고 낙관적이고 낭만적이지만 장소와 인물의 설정은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 이 뮤지컬 코메디가 점차 사실적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여 뒤에 가서는 West Side Story처럼 unhappy ending으로 끝날 만큼 심각해 지면 코메디라는 단어가 떨어져 나가고 그냥 '뮤지컬(Musical)'이라고 불리우게 된다. 그런데 뮤지컬 코메디가 인기를 끌 게 된 것은 1890년대에 영국의 George Edwardes가 소위 'girl' 시리즈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 시리즈의 제목만 몇 개 살펴보아도 The shop Girl, A Country Girl, The Circus Girl, My Girl, 등으로 한없이 이어지는데 미국에서도 이 것을 흉내내어 The Casino Girl, Yankee Girl, The Wall Street Girl, The Charity Girl 등이 다투어 선 보였다.
이 뮤지컬 코메디는 20세기에 접어 들면서 완전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물론 이 무렵까지도 뮤지컬 코메디의 선배격 형식들인 오페레타가 함께 성행해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인 Franz Lehar의 비엔나 풍 오페레타인 The Merry Widow(1907)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같은 해에 앞서 말한 Ziegfeld Follies를 포함한 여타의 장르들도 명맥을 이어갔지만 뮤지컬 코메디가 점차 확연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1900년에 이미 30편 이상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뮤지컬 코메디의 인기는 극본은 물론 작사, 작곡에 연출, 출연까지 겸했던 George M. Cohan의 등장으로 확립되었고 그 형식도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뮤지컬 코메디의 인기는 원작의 명성에 힘입은 극본의 호소력 보다는 스타급 출연진에 의존했고 줄거리는 상투적인 권선징악에다가 결말은 으례 행복한 결혼 따위의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여기에는 비엔나에서 건너온 작곡가들 그 중에도 The Student Prince(1924)의 Romberg나 Rose-Marie(1924)의 Friml 등의 낭만적 스타일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장기공연(long run)을 통한 막대한 수익을 목표로 삼는 뮤지컬 코메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종전의 나이브한 낭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생명력과 에너지에 넘친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미국 출신 작곡가들의 등장이었다. Show Boat(1927)의 Jerone Kern과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Of Thee I Sing(1931)과 Porgy and Beth(1935)의 George Gershwin, Anything Goes(1934)의 Cole Porter, 그리고 Annie Get Your Gun(1946)의 Irving Berlin 등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도 Show Boat는 음악 뿐 아니라 무거운 주제를 담은 줄거리와 그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 극본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하여 미국 뮤지컬 연극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1930년대는 경제공황의 여파로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야기되었으며 이 같은 시대상을 반영하여 뮤지컬 작품에도 심각한 소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Johnny Johnson(1936)은 반전문제를 다루었고 The Cradle Will Rock(1938)는 노동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이 같은 심각한 뮤지컬의 등장과 함게 뮤지컬 코메디라는 용어의 사용에 저항감이 생겨났고 점차 뮤지컬 코메디라는 말 대신에 그냥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여기서 뮤지컬 코메디와 뮤지컬과의 의미상의 차이를 구분한다면 해피엔딩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뮤지컬 코메디라면 아무리 극본이 중요하고 흥미 있어도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작품을 말하며 그냥 뮤지컬이라고 하면 극본과 음악의 비중이 경중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대등한 작품을 말한다. 그러니까 뮤지컬 코메디는 다른 요소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음악을 즐기기 위한 종속적인 요소들이고 그냥 뮤지컬이라면 모든 요소들이 대등하게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뮤지컬의 형식이 완성되었다고 보는 것은 40년대부터 작곡자와 작사가로 공동작업을 해온 Richard Rodgers와 Oscar Hammerstein 2의 작품인 Oklahoma(1943)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이 작품에 이르러서 비로서 뮤지컬에서 극본의 중요성이 확립되었는데 심각한 주제를 담은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음악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저절로 울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며 음악 자체가 극적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두 사람은 이 작품 외에도 Carousel(1945), South Pacific(1949), The King and I(1951), The Sound of Music(1959) 등의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여 미국을 뮤지컬의 종주국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차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50년대에 접어들면서 뮤지컬 연극도 정치, 사회문제를 기피하고 낙관적인 기류를 회복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Guys and Dolls(1950)와 퓰리처상을 수상한 How To Succ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1961)의 극본과 작곡을 나눠 맡은 Abe Burrows와 Frank Loesser이다. 그리고 같은 무렵에 버나드 쇼의 희곡 Pygmalion을 뮤지컬로 각색한 Alan Jay Lerner와 Frederrick Loewe의 공동작품 My Fair Lady(1956)와 환상의 트리오라고 부를 수 있는 Arthur Laurents(극본), Leonard Bernstein(작곡), Stephen Sondheim(작사)이 셰익스피어의 Romeo and Juliet을 각색한 Westside Story(1957) 가 공전의 대성공을 거두면서 고전, 명작의 각색붐이 일 게 되고 뮤지컬에서 극본의 중요성은 재확인되었다. 이로부터 뮤지컬의 극본은 정통연극(straight drama 혹은 spoken drama 또는 legitimate drama)과 대등한 위치에서 퓰리처상의 희곡부문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끔 되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뮤지컬계에는 또 하나의 혜성과 같은 존재가 등장하는데 제작자 겸 연출가인 Harold Prince와 공동작업을 펼쳐온 그는 작사, 작곡가인 Stephen Sondheim이다. 두 사람은 퓰리처상을 거머쥔 A Little Night Music(1973)과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1984)를 비롯하여 Company(1970), Pacific Overtures(1976), Sweeny Todd(1979) 등의 작품에서 소위 'Concept Musical' 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이들 작품은 종전의 뮤지컬과는 달리 사전에 완성된 극본이나 작곡이 없이 하나의 기본 아이디어 또는 컨셉만 가지고 각 분야의 참가자들이 모여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다.
이의 영향을 받아서 극본이나 음악 보다 현란한 춤을 위주로 한 안무가 중심의 뮤지컬도 등장하게 되는데 연출을 겸한 기라성 같은 안무가들, Bob Fosse, Michael Bennet, Gower Champion 등이 A Chorus Line, Dream Girl, Dancin', 42nd Street 등의 작품을 통해 뮤지컬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르면 제작비의 엄청난 상승과 그로 인한 관람료의 인상으로 말미암아 뮤지컬의 제작은 크게 위축되며 위험부담도 크게 늘어나 최초 제작을 오프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또는 지방 극단에서 시작하여 성공을 거둘 경우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역사상 12년 연속 최장기 공연기록을 수립한 A Chorus Line인데 오프 브로드웨이의 제작자인 Joseph Papp이 그 자신이 운영하는 Public Theatre에서 워크숍의 형태로 시작한 작품이다. 이렇게 미국의 뮤지컬이 전반적인 침체 상태에 놓여있을 무렵 이번에는 영국의 뮤지컬이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역류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그 중에도 영국의 작곡가인 Andrew Lloyd Webber의 작품 Cats, The Phantom of the Opera와 프랑스 출신 작곡가인 Claude-Michel Schonberg의 작품 Les Miserables, Miss Saigon은 가위 미국 뮤지컬계를 석권하면서 미국이 세계연극의 발전에 기여한 유일한 분야하고 흔히 평가하는 뮤지컬의 분야에서마저 경제적, 예술적 양 측면에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2]. 뮤지컬의 요소
 

 1. 극본

 
뮤지컬의 3대 요소들, 극본(book, 또는 libretto), 음악(music), 가사(lyrics) 가운데 극본이 가장 중요하다. 극본은 공연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극본이 곧 공연의 내용이고 먼저 극본이 쓰여져야 나머지가 뒤따른다. 대체로 음악과 가사와 춤은 극본에 맞추어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극본은 가장 푸대접을 받기 일쑤이다. 뮤지컬은 용어 자체가 말해주듯이 음악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기 쉽고 그밖에 춤과 현란한 시각적 요소들이 주된 매력으로 전면에 부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극본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 지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뮤지컬이 실패하는 이유는 '극본의 결함(book trouble)' 때문이다. 어느 뮤지컬에서 노래나 춤이 빈약하다면 이 것들은 바꾸면 된다. 그러나 극본은 바꿀 수 없다. 물론 '극본 수정가(play doctor 또는 show doctor)'들이 고용되어 대사도 고치고 인물도 고치고 때로 줄거리도 손질하지만 극본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부분적 수술만으로 극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결함을 고칠 수는 없다. 결국 애당초 극본이 기본적으로 좋아야 한다.
극본의 결함은 반드시 극작술의 부족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이 되기 어려운 소재를 선택했을 때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얼핏 뮤지컬이 되기 어려운 소재를 가지고 훌륭한 뮤지컬을 만들어 낸 경우들도 얼마든지 있다. 가령 버나드 쇼의 희곡 Pigmalion을 가지고 My Fair Lady를 만든 경우,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를 가지고 Man of La Mancha를 만든 경우 그리고 이 책에 실린 <나도 출세할 수 있다.> 같은 경우는 뮤지컬적 요소가 희박해 보이는 회사원들의 생활을 소재로 해서 성공적인 뮤지컬을 만든 경우이다.
극본의 결함은 창작과정에서 생겨난다. 특히 뮤지컬 극본은 순수한 창작동기에서 출발하기 보다 상업적인 제작자나 음악팀들의 위촉을 받아서 쓰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극본가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뮤지컬의 상투적인 요소들을 배열하여 뮤지컬을 만든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쓰게 되기 쉽고 이렇게 해서 쓰여진 작품들은 뮤지컬의 공식에는 맞아도 생명력이 결여되기 쉽다. 그리고 일단 극본가가 극본을 제작팀에게 넘기면 음악, 춤, 장치, 조명, 연출 등의 각 분야별 담당자들은 자기네 몫을 차지하기 위하여 극본을 제멋대로 손질하기 일쑤이고 이 과정에서 극본가의 역할은 무시되기 쉽다.
그러나 성공적인 뮤지컬이 되기 위하여는 훌륭한 극본이 선행해야 한다는 것은 뮤지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뮤지컬은 아무리 음악과 춤이 강조되더라도 여전히 연극의 한 쟝르이며, 모든 연극이 그렇듯이 일단은 대본이 극문학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 뮤지컬 작품에도 드물 게 <퓰리처 상>이 주어지는데 이 경우는 예외 없이 극본의 극문학성이 인정받은 경우이다.
 

 
2. 음악
 

 
뮤지컬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음악이다. 우리는 앞에서 극본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음악이 없는 극본은 '그냥 연극(straight drama)'이지 뮤지컬은 아니다.그리고 뮤지컬에서 남는 것은 결국 음악 뿐이다. 어떤 뮤지컬이 아무리 골고루 훌륭했다 하더라도 관객이 돌아가서 다시 극본을 구해 읽어본다거나 무용을 따라서 해본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좋은 뮤지컬을 감상한 관객은 틀림없이 공연후에 사운드 테입을 기념으로 사가지고 돌아가서 두고두고 감상한다.
그러면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의 음악이 작곡가의 피아노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로 올라가게 되는 지를 살펴보자. 한편의 뮤지컬에서 음악이 없는 순수 연극장면은 전통적인 'book musical(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극본 중심의 뮤지컬)'이라 하더라도 전체 길이의 반도 되지 않는다.
뮤지컬에는 노래(musical number) 뿐 아니라 서곡(overture), 막간곡(entr'acte : 2막의 서곡), 퇴장음악(walkout music : 관객 퇴장시의 음악)이 있고 무용장면의 반주를 위한 춤곡 그리고 대사도중에 깔리는 배경음악 등 곳곳에 음악이 들어간다.
뮤지컬의 작곡가는 뮤지컬의 음악을 혼자 도맡아서 다 쓰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작곡가는 노래만을 작곡한다. 한편의 뮤지컬에 관여하는 음악 전문가들은 오케스트라 편곡자, 리허설 피아니스트, 댄스 피아니스트, 음악감독, 성악편곡자, 음향기술자 등 1 개 군단을 형성한다. 어느 작곡자도 이상의 일들을 혼자 다 수행해내지 못한다. 물론 버나드 번슈타인처럼 고전음악 전문가도 있지만 어느 작곡가는 피아노를 한 key로밖에 연주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그 것 마저 못하는 작곡자도 있다. 대체로 멜로디와 기본 코드만을 기록하는 데서 끝낸다. 일부 작곡자들은 3단 보표로 써내기도 한다. 윗단에는 노래를 기록하고 아래 두 단에는 피아노 반주를 기록한다. 이 정도까지 해주면 작곡자의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상적인 것은 작곡가 자신이 스스로 관현악 편곡을 하는 것인데 번슈타인, 쿠르트 바일, 죠지 거쉰을 위시한 극소수만이 여기까지 한다. 그리고 하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기 일쑤다.
작곡가는 극본의 초고가 완성된 직후 작업에 들어간다. 작곡가는 작사자와 함께 극본을 분석하면서 노래가 끼어 들어갈 자리를 찾는다. 이 작업을 '탐색(spotting)'이라고 한다. 그들은 노래가 들어갈 적당한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극본을 난도질하기 시작해서 심한 경우 한 장면 전체를 들어내고 노래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극본에 없는 인물을 만들어내거나 극본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극본가는 싫어도 그들의 요구에 따라 극본을 손질할 수밖에 없다. 노래가 들어갈 자리를 찾고나면 그 때 비로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개 작곡이 먼저 이루어지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사가 먼저 쓰여지기도 한다. 또 팀을 이루어 오랫동안 공동작업을 하는 작곡가와 작사가는 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작곡과 작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서히 만들어 진다.
이렇게 해서 쓰여진 노래가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막상 연습에 들어가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우연적인 요인들에 의하여 뒤죽박죽이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주연배우가 자기노래가 아닌 다른 인물의 노래를 가로채기도 하고 마음에 안드는 곡을 퇴짜 놓기도 한다. 그리고 연출가의 의견에 따라 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느 곡을 채택하고 말고는 최종적으로 연출가의 판단에 맡겨진다.
쓰여진 노래들이 연출가에 의해 최종 확정되면 작곡가는 이들을 피아노연주로 테입에 담아서 관현악 편곡자, 음악감독, 무용 피아니스트, 안무가, 무대장치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에게 나누어 준다. 안무가와 무용 피아니스트는 테입을 건네 받은 뒤 이를 기초로 춤곡을 만들어 이 과정에서 원 작곡자의 의도는 또 변질 될 수 있다. 그리고나면 이번엔 관현악 편곡자에게 넘겨지며 그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될 소리가 결정된다. 뮤지컬의 제작과정에서 완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이야말로 흥분된 순간이다.
물론 관현악 편곡자에게 넘어가기 전에 작곡된 노래를 가지고 배우들이 연습하고 길들이는(routining)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노래 부를 배우와 코러스 수효, 고저장단, 어느 키로 불려질 것인가, 노래 가운데 대사가 끼어드는가, 화음의 처리 등이 모두 결정된다. 그리고 편곡 과정에서 배음(underscoring : 대사중의 배경음악)의 삽입도 결정되는데 이 것도 대체로 편곡자의 몫이다. 편곡이 끝나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음악감독이 겸하기도 한다.)가 연주자(pit musician : 오케스트라 핏 속에 들어가서 연주하므로)를 선발하여 연습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요즘의 뮤지컬은 육성에 의존하지 않고 확성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음향기술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94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마이크와 확성기, 그리고 고도로 발달된 음향통제 장치들의 도움으로 음질의 손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객석에 골고루 양질의 음향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노래와 반주 전체가 사전에 녹음된 테입을 사용하여 배우들은 입만 맞추어 공연하는 예외적인 경우들도 없지 않다. A Chorus Line처럼 격렬한 춤동작을 하면서 열창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이 같은 방식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playback방식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
뮤지컬의 생명은 현장성에 있기 때문에 비록 확성장치의 도움을 받더라도 생음과 육성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3. 가사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로 되어 있다. 가사가 없다면 노래에는 단지 멜로디만 남는다. 제롬 컨이 작곡한 유명한 노래 "Ol 'Man River"에 칭찬이 쏟아지자 작사가인 해머슈틴의 아내는 심통이 나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 노래는 컨이 만든 게 아니예요. 컨은 단지 라~라~라~라만 만들었다구요."
실상 가사는 음악에 몸체와 표현을 부여해 준다. 훌륭한 노래일수록 멜로디와 가사는 일체를 이루어 어느 쪽이 어느 쪽의 도움을 받았는지 식별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뮤지컬의 노래는 보통의 노래 보다 더 크게 가사에 의존한다. 뮤지컬 넘버의 가사는 극의 상황과 스타일에 맞아야 하며 부르는 사람의 성격에 맞이야 하고 극의 줄거리(plot)를 진전시키는 극적인 역할 또한 떠맡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지기 쉬우며 극본과 음악과 가사중에서 가사가 뮤지컬의 성공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다고 할 수 있다. 극본과 음악이 훌륭하면 가사가 좀 신통치 않아도 성공을 거두며 어떤 뮤지컬도 졸렬한 가사 때문에만 실패한 적은 없었다. 실상 관객들은 한 번 들어서 가사의 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사 없는 뮤지컬은 있을 수 없다. 뮤지컬의 노래에 뜻을 부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가사이고 극본과 음악의 가교역할을 한다. 가사의 운율과 리듬과 글뜻은 음악 뿐 아니라 뮤지컬 작품 전체의 품질을 높이는데 지대하게 기여한다. 훌륭한 작곡자일수록 가사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따라서 훌륭한 작곡자들은 오랜 기간 짝을 이루어 함께 일하는 작사가와 동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뮤지컬의 역사도 짧지만 특히 가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전문 작사가도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우리말 자체도 서양언어와 달라서 서양의 운문규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으며 우리말의 가사화에 따른 연구도 전무한 실정이다.
 

 4. 연출

 
뮤지컬의 연출은 보통연극의 연출 보다 훨씬 더 많은 공동작업을 요구받는다. 배우, 디자이너들 뿐 아니라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 관현악편곡자, 리허설 피아니스트, 댄스 피아니스트, 성악곡 편곡자 등 수많은 사람들과 긴밀한 협동작업을 벌여야 하며, 이 무수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통일하여 한 편의 연극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뮤지컬은 상업적 예술이기 때문에 매 작품마다 상업적 포커스가 어디에 맞추어지느냐에 따라서 연출가의 역할과 비중이 조절될 수밖에 없다. 제작자와 투자자의 입김이 보통 연극에서 보다 당연히 크게 작용하여 유명배우, 유명작곡가, 유명디자이너가 참여할 경우 그들의 발언권이 연출가를 압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건 어느 뮤지컬 작품이 성공을 거두려면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 거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연출가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연출의 성격은 구체적인 작품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book musical의 경우는 연출가가 극본가를 겸한 경우가 많았다. George S. Kaufman, Abe Burrows, Moss Hart같은 사람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안무가들이 연출을 겸해서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많이 생겨났다. Jerome Robbins, Bob Fosse 등이 두드러진 예인데 A Chorus Line을 연출하고 안무한 Michael Bennett의 경우는 스스로 제작까지 맡아서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70년대 이후 연출의 역할은 비록 작품에 따라 성격은 달라지더라도 뮤지컬 창작의 중심인물로 확고히 자리 잡히게 된다.
 

 5. 안무

 
안무(choreography)는 일련의 춤동작을 고안하여 한편의 무용작품을 만들어내는 행위인데 뮤지컬의 안무는 특히 단지 무용수 뿐 아니라 연출의 작품 해석에 따라 음악, 장치, 조명, 의상, 분장, 소품 등의 모든 극적 요소를 총동원하여 이들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의도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해내어야 한다.
따라서 안무가는 당연히 다양한 무용언어를 통달하고 있어야 하지만 안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역할들을 동시에 수행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대사나 노래 없이 오로지 춤동작만으로 어느 한 장면을 만들어 낼 때 그는 연출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며, 음악적 틀 안에서 작업을 하는 한에 있어서는 음악가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고,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춤동작으로 표출할 때에는 심리학자가 되어야 하며, 배우들에게 안무가가 의도하는 효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반복적인 훈련을 실시할 때에는 교사의 역할 또한 맡아야 하고, 조명, 장치, 의상, 소품, 분장 등의 요소를 활용할 때에는 무대기술자의 역할도 떠맡아야 할 것이다.
안무가는 누구 보다도 창의성이 뛰어나야 한다. 뮤지컬 작품은 한번 공연이 끝나면 극본과 음악과 경우에 따라서 연출의 상연본(acting edition)은 남지만 안무는 남지 않는다. 배우들과의 연습 과정에서 가장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안무는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 대부분 잊혀지기 때문에 매번의 공연은 새로운 창작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무가는 항상 시대조류와 관객 취향의 변화를 민감하게 의식하면서 그의 안무작품에 신선미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훌륭한 안무라고 해서 반드시 고난도의 휘황한 무용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안무란 누가 보아도 그 장면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굳이 그 대목에서 춤을 안추어도 상관 없는데 뮤지컬이라니까 공연히 중간 중간에 어거지로 춤장면을 삽입한 것이라고 느껴서는 안된다. 따라서 모든 안무에는 타당한 극적 동기가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뮤지컬의 춤은 연기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어느 장면을 단지 대사로만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노래하면서 동시에 춤을 출 것인가 아니면 오직 춤으로만 표현할 것인가는 어느 쪽을 선택하건 그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입각해서 결정지어져야 한다.
 

 [3] 한국 음악극의 장래

 1. 개념

 
음악극(Music Theater)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와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바그너의 총체연극(Gesamtkunstwerk)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생각되어 지는 이 용어는 '총체연극' 이라는 말에서 짐작되듯이 음악 뿐 아니라 온갖 요소들이 다 녹아들어간 연극으로 이상적 형식(ideal form)에 대한 추구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다.
주로 유럽 대륙에서 즐겨 쓰여지고 있는 음악극은 연극의 세 가지 주요형식 가운데 하나이다. 유럽인들은 '연극(theater)'이라는 용어를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는데 극장무대에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실연(live performance)을 포함한다. 따라서 연극의 세 가지 주요형식은 첫째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사연극(spoken theater)과 무용(dance theater : 무용극만이 아니라 모든 무용 장르를 다 포함) 그리고 음악극을 말한다.
또 음악극이란 용어도 상당히 광범위한 뜻으로 이해되어서 오페라 뿐 아니라 오페레타(operetta), 영미식 뮤지컬, 그리고 그 밖의 각 민족의 민족적 음악극까지 두루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공연형식들을 통칭해서 음악극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위에서 말한 연극의 이상적 형식에 대한 추구의 집념이 담겨 있다. 곧 언젠가는 이렇게 각기 다른 종류의 공연 형식들이 대통일을 이루어 음악극이라는 하나의 이상적 형식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오늘날의 다양한 음악극 형식들, 대표적으로는 오페라 같은 형식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차오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다양한 음악극 형식들의 장점들만을 결합한다면 언젠가는 범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음악극 형식이 만들어 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이 싹트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나는 이 글에서 근래에 들어 점차 관심의 폭이 증대되고 있는 '뮤지컬연극'에 관하여 논의를 한정하면서 그 것도 한국에서의 뮤지컬 연극의 가능성 또는 바람직한 진로를 염두해 두고자 한다.
그런데 '뮤지컬 연극' 이라는 용어 조차도 뚜렷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첫째 뮤지컬 연극의 역사가 아직은 일천하고 뮤지컬연극이 주로 상업연극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학술적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었으며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뮤지컬연극도 예술적형식인 만큼 유기체처럼 항상 스스로의 모습을 탈바꿈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과 무용과 기예와 연기와 무대술 등이 물리적 결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긴밀한 내적 통합을 이루면서 유기적 전체로서 한편의 드라마를 이루게 되었을 때 비로서 오늘날의 뮤지컬연극이 제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뮤지컬연극은 이 같은 기본적 정의를 공유하면서도 그 겉모습은 상당히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래서 가령 Stephen Cipron같은 이의 주장을 따르자면 오늘날의 뮤지컬을 크게 네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겠는데
1) Musical Comedy
2) Musical Play
3) Concept Musical
4) Theater Opera등이다.
1)은Guys & Dolls 처럼 가장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천진난만한 낙천주의를 화려하고 신나는 춤과 노래와 이야기로 담아내는 형식이고
2)는 Westside Story 처럼 happy ending을 거부하면서 제법 심각한 삶의 문제를 파고드는 형식이라면
3)은 <Cats>처럼 극히 단편적인 소재를 이렇다할 줄거리 없이 어떤 상황이나 인물 또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끌어나가는 형식이고
4)는 Phantom of the Opera 처럼 다분히 고전적 선율에 의지하여 극전체의 구성을 오페라의 형태처럼 끌어가는 형식을 뜻한다.
그러나 뮤지컬연극의 형식은 위에 든 네가지 이외에도 창작자의 상상력과 변천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른 변종들을 파생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 필요
 
우리는 왜 뮤지컬연극을 필요로 하는가? 뮤지컬연극도 코카콜라와 팝송과 블루진처럼 통속적인 미국문화임에 분명하다. 심지어 퇴폐저속이라는 접두어마저 붙여가며 이들 미국의 통속 대중문화와 그 수입을 매도하는 논리(?)는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데도 왜 뒤늦게 뮤지컬연극까지 수입해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뮤지컬연극에는 오명이 붙어다닌다. 경박성, 치졸성, 안이성, 선정성, 낭비성 등의 어휘들로 수없이 매도당해 왔다. 그런데도 왜 이제와서 뮤지컬연극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거꾸로 왜 온갖 미국의 통속문화 가운데 유독 뮤지컬연극만은 여태껏 제대로 수입, 모방되지 못했는가에서 찾아질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뮤지컬연극은 코카콜라나 팝송이나 블루진만큼 손쉽고 간편하게 수입 모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급속하게 서구화되어 압구정동 같은 데를 지나노라면 의식주의 모든 면에서 서구의 어느 나라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예전처럼 어설프지 않게 아주 감쪽같이 서구문화를 흉내낼 수 알 게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것들은 표피의 모방에 그친다. 길이로 봐서 30초 이내의 것. 길어야 3분 이내 짜리들은 곧잘 흉내낸다. CM, CF, 팝송, 광고선전, Copy, Fast Food, 자판기, T-셔츠 등, 단세포 문화의 모방능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두 시간짜리가 넘는 영화, 연극, 특히 뮤지컬연극은 쉽게 흉내낼 수 없다. 이 것들을 우리가 올바로 흉내내고 우리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을 때 비로서 우리는 서구문화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며 대서구 열등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새삼 이제와서 뮤지컬연극을 흉내(?)내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은 단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진정 한국의 연극, 나아가서 공연예술 전반의 발전을 위하여 필히 도달하지 않으면 안될 과업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연극문화가 건강한 토대 위에서 서려면 상업연극과 순수연극의 지대가 공존하면서 서로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상업연극은 순수연극쪽에 시장과 전문인력과 관련 산업기술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해 주며 순수연극은 상업연극쪽에 창의성과 예술적 영감과 신선한 아이더어와 고원한 목표를 제공해 준다. 얼핏 보기에 상업연극과 순수연극은 맹렬한 적대관계에 놓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완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업연극의 지대가 없이 순수연극만이 있는 것은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오직 정부지원에만 의존하다가 체제 붕괴와 함께 일시에 침몰한 구소련과 동구권의 순수예술의 운명이 이를 실증해 보였다.
우리나라의 연극은 순수연극인들의 희생과 정열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나 이제 우리 연극이 도약하여 탄탄한 토대 위에 놓이려면 상업연극의 지대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순수연극 형태들로 상업화를 이룰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영화나 TV같은 대중 드라마 매체들이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 매체들이 빼앗아 갈 수 없으면서도 상업적 가능성이 있는 연극의 종류는 뮤지컬연극밖에 없다.
왜냐하면 뮤지컬연극은 극장성(theatricality)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타매체에서 가져갈래도 가져갈 수가 없다. 간혹 뮤지컬연극을 영화화하여 성공한 사례가 없지는 않으나 그 성공은 항상 제한적이었으며, 또 무대공연의 성공을 등에 업어야 했으며, 그 영화화는 무대공연을 위축시키기 보다 오히려 살찌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뮤지컬연극이 우리나라에 정착했을 때 얻어지는 이점은 두터운 관객층의 형성, 공연장의 팽창, 관련산업의 발전과 무대기술의 선진화, 연극인력의 확대와 전문화, 직업화의 달성, 연극교육과 출판의 발전 등등, 이 것이 순수연극에도 막대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은 쉽사리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3. 진로


한국의 뮤지컬연극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진로와 발전방향에 대하여 말하려면 먼저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찾아내고 그 개선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개선의 방법에는 응당 민. 관 차원의 인위적 제도적 조정과 통제와 지원의 장치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뮤지컬연극의 본질적 속성은 여하한 외부적 간섭이나 개입을 배격한다. 왜냐하면 뮤지컬연극은 상업연극이기 때문에 오로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법칙만이 지배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질서 속에서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 경제논리만이 통할 뿐 여기에 외부의 인위적 작용이 개입하면 정상적 흐름이 파괴되어 뮤지컬연극은 왜곡되어지고 오도되어질 뿐이다.
과거에 관제뮤지컬 단체들이 참담한 실패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기피하고 관의 보호막 속에 안주했었던 데 있음은 자명하다. 또 과거에 뮤지컬연극 전문극단을 표방했던 민간단체의 실패이유 또한 시장경제의 원리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대신 60, 70년대 초기 우리 기업의 형태를 답습하여 특정 매체와의 결탁, 유명 탈렌트의 기용, 특혜대관 등의 편법에 의존하여 일시적 흥행성만을 겨냥했던 데에 있었다. 기술개발 투자, 경영 합리화, 생산성 향상, 근대적 마케팅 전략과 노사관리 등을 통하여 코스트를 줄이고 제품(공연)의 질향상을 기함으로서 기업체질을 강화하였더라면 오늘날 건실한 민간뮤지컬 연극단체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예를 우리는 이웃 일본의 극단 <사계>에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뮤지컬연극은 상업연극이며 그 활동은 곧 기업활동이다. 따라서 뮤지컬연극의 발전전략은 종전의 순수연극에 대한 발전전략과는 근간을 달리해야 한다. 순수연극은 애당초 자생력과 자립기반이 근본적으로 취약하다는 전제 아래 보호, 보존 내지 명맥유지의 차원에서 깨알 만한 시혜적지원을 공평성에 입각하여 나눠먹기식으로 베푸는 것이었다면 뮤지컬연극에 대한 지원은 규제와 간섭이 따르는 일체의 직접지원을 배제한 가운데 문화산업으로 육성하여 국가발전에 기여케하는 하는 것을 목적으로 간접지원에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그리고 이 지원의 혜택은 승자독식 'Winner Take All' 이어야지 나눠먹기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요즘 영화계에서 영화분야가 문화관광부 소관으로부터 상공부소관으로 이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가히 경청할 만하다.
위에서 순수연극과 뮤지컬연극을 잠시 비교했는데 뮤지컬연극에 대한 지원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순수연극과는 다른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이 있다, 순수연극의 경우 가장 지난한 문제는 우열의 판별이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어느 연극이 좋은가 나쁜가를 가름할 수 있는 선명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 평론가들이 좋다고 하는 연극이 반드시 좋은 연극이 아닐뿐더러 평론가들의 의견도 일치하라는 법이 없다. 제일 딱한 것은 관람자의 수가 많고 적음이 그 공연을 평가하는데 하등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연 당사자는 자기에게 불리한 평가에 대하여 항상 승복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뮤지컬연극은 순수연극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겨냥한 통속연극이기 때문에 관람객의 많고 적음이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관객이 많이 든 뮤지컬연극이 동시에 좋은 공연이 될 적중률이 매우 높다. 따아서 무조건 관객이 많이 든 뮤지컬연극을 좋은 공연작품으로 평가해 주어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 최소한 뮤지컬연극의 경우 좋은 작품을 판별해내는 일이 순수연극만큼 까다롭지 않다는 것은 뮤지컬연극의 발전전략 또는 지원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리하고 다행스러운 점이다.
나는 위에서 뮤지컬연극은 상업연극이며 상업연극은 일차적 목표를 이윤추구에 둔 기업활동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뮤지컬연극의 발전전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발전전략과 다를 수 없다. 그리고 직접적인 지원 보다는 규제와 간섭이 베제된 간접지원이 바람직하며 뮤지컬연극의 담당자들은 소비대중을 상대로 자유경쟁의 틀에 따라 승자만이 살아남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하여 정공법을 사용해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 단계에 있어서 뮤지컬연극의 기반은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에 현재의 뮤지컬연극 담당자들을 시장판에 내몰고 자생하라는 것은 지나친 무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단계에 있어서는 뮤지컬연극의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적, 제도적 노력이 경주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뮤지컬연극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닦으려면 Software와 Hardware에 해당하는
가) 내적과제와
나) 외적과제들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 것들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가) 내적과제.

 
뮤지컬연극이 소프트웨어라면 사람, 곧 예술가를 가리킨다. 유능한 극본가(librettist), 작사가(lyricist), 작곡가(composer), 연출가, 배우, 디자이너들이 그들이다. 내가 아는 한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들 뮤지컬 전문 예술가를 단 한 명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마당에 뮤지컬연극 발전을 운운하는 일 자체가 무모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디서든 시작은 해야 한다.
뮤지컬연극과 관련하여 우리들이 중대하게 오해하고 있는 측면이 하나 있다. 곧 뮤지컬연극도 연극이라는 사실을 몰각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뮤지컬연극은 연극과는 전혀 성질을 달리하는 특수 장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지배해 오고 있다. 그래서 뮤지컬연극을 한다면 으례 배우들을 모아놓고 죽어라고 춤과 노래만 가르친다. 우리나라 오페라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오페라도 연극이라는 초보적 상식을 도외시 하고 성악가들을 무대위에 진열하고 성악에만 치중해온 것과 똑같은 우를 뮤지컬연극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도 영화학도들에게 핵심인 드라마는 가르치지 않고 영화기술만을 가르쳐왔기 때문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TV드라마가 대체로 목불인견인 것도 연출자들이 신문방송학과에서 메스콤이론만 배웠지 드라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뮤지컬연극은 연극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서 번잡함을 무릅쓰고 그냥 '뮤지컬'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뮤지컬연극'이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계의 뮤지컬연극은 종주국인 미국을 따돌리고 영국이 제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국산 뮤지컬연극은 뮤지컬쟁이 들이 아니라 골수연극인들, 그 것도 영국을 대표하는 <국립극단>과 <로얄 셰익스피어 극단>의 정통연극인 출신들이 만들어 낸 것들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노래할 줄 아는 배우보다 연기할 줄 아는 가수(singers who can act than actors who can sing)'를 뮤지컬 무대에서 선호했으나 적어도 1960년대 이후 특히 My Fair Lady의 성공이후 가수가 아닌 배우들이 뮤지컬무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이는 쉽게 실증할 수 있다.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는 전문 뮤지컬연극 단체들의 뮤지컬작품을 보면 들인 돈이나 무대장치나 음악이나 무용이나 의상이나 거죽면에서 흠잡을 데라고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내용은 공허하고 유치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왜일까? 드라마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세한 민간극단의 뮤지컬연극이 때로 관객의 호응을 얻는 경우를 본다. 그 공연은 실상 뮤대장치도 음악도 무용도 의상도 모든 것이 흠 투성이로 보인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재미있게 본다. 왜일까? 그 안에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이 생생한 교훈을 우리가 가슴에 새길 수 있다면 우리도 이제 뮤지컬엔 뛰어들 수 있는 채비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갖추어진 셈이다. 문제는 어설픈 흉내를 내는 단계에서 벗어나 고도의 전문성을 일구어내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제까지 하던 작업을 걷어치우고 뮤지컬연극만을 위한 특수한 새로운 작업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하던 작업을 더욱 정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통연극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꾼과 춤꾼을 별도로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훈련의 과정에 노래와 춤을 보강하면서 그 과목들도 연극적 시각으로 소화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연극사와 희곡문학과 극장의 기능과 무대 문법같은 연극의 개론도 모르는 춤군, 노래꾼, 디자이너, 연출가가 더 이상 생겨나서는 안될 것이다. 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같은 국가기관에서부터 연극교육의 기틀을 재정립해야 한다.
 

 나) 외적과제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연극이 발전하기 위한 외부적 여건을 말하려면 말하기는 쉬우나 실천의 방법과 과정은 지난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는 필수적인 항목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향후 토론의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이 찾아지기를 기대한다.
 

 (1) 뮤지컬연극 발전기금 설립

 
가장 말하기 쉬운 것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나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항상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뮤지컬연극은 자본의 예술인 만큼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국가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기금을 마련해 줄 수만 있다면 가장 쉬운 일이겠으나 실현은 아마도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차선책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적립중인 '문화예술진흥기금' 의 목표차를 올려잡고 그 중의 일부를 뮤지컬연극발전 기금 또는 금고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금고의 성격이라면 제작자에게 장단기 신용대출을 해주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며 기금의 성격이라면 현행 '사랑티켓' 이나 '서울티켓'처럼 관객지원 형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연극에 비하여 제작비 투자가 월등히 높은 뮤지컬연극의 관람료를 순수연극과 똑같이 매길 수도 없으며 고액의 입장료 부담을 전적으로 관객에게 떠맡길 수도 없다. 일정기간 뮤지컬연극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뮤지컬연극의 경우 제작자와 관객에 대한 지원은 필수이다.
단 현재 진흥원이 마련하고 있는 '창작활성화' 지원제도 가운데 뮤지컬연극 극본과 작곡에 대한 지원제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심사과정에 인위성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미 앞에서 지적되었다.
 

 (2) 제작, 설비 지원

 
뮤지컬연극 제작자를 간접지원하기 위하여 <무대예술연수회관>의 시설사용에 특혜를 주는 방법, 국공립극장의 기술스탭들의 인적자원을 제공하는 방법, 연습장 및 기획사무실 사용에 따른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 이와 같은 방법들이 뮤지컬연극제작자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투자로 공연제작의 효율성을 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3) 공연장 장기 대관

 
뮤지컬연극이 자리잡으려면 장기공연(long run)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상업극장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국공립극장의 장기대관 정책이 서지 않으면 안된다. 공연종료일을 명시하지 않은 무기한 장기대관이 국공립극장의 경우 용이한 문제는 아니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더 적극적인 문제해결방법은 정부가 나서서 뮤지컬 전문 공연장을 지어주는 것이다. 그 것도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기 보다 국내 대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 가령 건축법, 세제 및 금융상의 혜택을 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다면 현실성은 매우 높아진다. 문제는 정부에 이 같은 문화마인드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관리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4) 관객조직


뮤지컬연극 담당자들이 결속하여 관객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으며 <문예진흥원>의 지원하에 상설 관객관리 사무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위에 말한 '사랑티켓'이나 '서울티켓' 같은 관객지원책 뿐 아니라 관객들의 티켓구입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는 티켓판매 전상망의 구축 같은 사업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5) 외국 뮤지컬 수입


우리나라의 뮤지컬연극을 발전시키려면 선진 외국의 뮤지컬연극을 로열티 방식에 의하여 판권도입 및 국내제작을 우선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외국의 유명 뮤지컬연극을 도입하여 국내에 뮤지컬연극 붐을 조성하며 아울러 뮤지컬연극 전반에 대한 예술적 기술적 노하우를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
다만 영화계의 경우처럼 외화 수입업자들이 난립하여 흥행경쟁을 벌이므로서 국력을 낭비하는 사례가 없도록 예방해야 한다. 따라서 실적이 있으며 등록된 뮤지컬전문단체에 한하여 연간 도입계획의 테두리 내에서 선별적으로 외국뮤지컬의 판권수입권을 내주며 수익금의 일정 퍼센트를 뮤지컬연극발전 기금에 활용토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방송사를 포함한 언론사나 재벌기업들이 순전히 영리를 목적으로 위장뮤지컬연극단체를 설립하여 무분별하게 외국의 뮤지컬연극을 도입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조치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이 같은 징후들이 나타나 보이므로 이 일은 서둘러야 한다.
 

 (6) 홍보지원

 
대형 뮤지컬연극 한 편을 제작하려면 적어도 수 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되는데 그 중에서 1/3 가까운 막대한 비용이 홍보에 쓰인다. 제작자들은 홍보의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TV스포트 방영권을 따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방송사들이 끼어들 게 되고 시장의 흐름을 왜곡하는 현상마저 빚어진다. 인쇄물 홍보, 옥외광고, 매체홍보 등에 투여하는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면 이 것이 작품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위 (4)항의 관객조직의 문제와 함께 보다 효율적인 홍보방법을 개발하는데 관민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일이다. 각 방송사들로 하여금 프라임타임대에 '금주의 뮤지컬 하이라이트' 같은 프로그램을 신설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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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jung Theatre Company